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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2025) 리뷰 – 라미 말렉의 지능형 복수, 스파이물의 새로운 맛

by 공연 다모아 2025. 4.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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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한 번 제대로 쏘지 못하는 CIA 요원이 복수극의 주인공이라니, 처음엔 믿기 힘들었는데… 

보고 나면 생각이 달라진다. 이 영화, 의외로 꽤 괜찮다.

아마추어(2025)
영화 '아마추어'


1 ‘사무실 요원’ 찰리의 분노, 그리고 지능으로 짜인 복수의 시작

영화는 시작부터 평범하다.
매일 아침 아내에게 커피를 내려주고,
지하 5층 암호 해독실에 출근해 암호를 해석하는 남자.
찰리(라미 말렉)는 누가 봐도 현장과는 거리가 먼 ‘사무실 요원’이다.

그런 그가 갑자기 복수의 화신으로 변한다.
이유는 단 하나, 사랑하는 아내가 런던에서 테러리스트에게 희생당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 충격적인 건, CIA가 그 사실을 그냥 넘기려 한다는 거다.
그 순간 찰리는 직접 움직이겠다고 결심한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보통 이런 설정은 말도 안 되게 느껴지는데,
찰리의 감정 변화가 너무 자연스럽게 표현돼서 설득력이 컸다.
라미 말렉의 눈빛, 숨소리, 작은 제스처 하나하나가
“이 사람 진짜 복수하겠구나” 하는 긴장감을 만들어준다.

찰리는 총도 제대로 못 쏘고, 싸움도 못 한다.
하지만 그의 무기는 따로 있다. 바로 뛰어난 머리.
이 복수극은 주먹이 아닌, 계산과 정보로 움직인다.
그래서 더 신선하고, 더 집중하게 만든다.

2. 좁은 책상에서 세계로, 복수는 국경을 넘는다

찰리는 단순한 개인 복수가 아닌,
국가를 넘나드는 스케일의 복수극을 시작한다.
미국, 영국, 프랑스, 튀르키예, 러시아, 핀란드…
이야기는 세계 각지로 확장되며 예측 불가능한 전개를 보여준다.

특히 각 나라의 분위기를 잘 살린 촬영이 인상 깊었다.
파리의 흐릿한 골목길, 튀르키예의 붉은 황혼,
핀란드의 눈 덮인 풍경까지~
모든 장소가 찰리의 감정과 연결되는 듯한 느낌을 줬다.

그가 직접 정보를 모으고, 조각을 맞춰가며
점점 퍼즐이 완성되는 구조는 굉장히 몰입감을 높인다.
보는 내내 나도 모르게 머릿속에서 범인을 유추하게 되고,
찰리처럼 단서들을 연결하려고 하게 되더라.

솔직히 초반엔 “과연 이 사람이 테러리스트를 쫓을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들었는데, 영화가 중반을 넘기면서부터는
그런 의심이 싹 사라진다.
이 영화의 진짜 매력은 ‘천재가 복수하면 이렇게 된다’는 점을
굉장히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는 거다.

3. 라미 말렉의 섬세한 연기, ‘아마추어’가 아닌 ‘지능형 요원’의 완성

라미 말렉은 늘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는 배우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그 분위기가 캐릭터와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
처음엔 어리숙하고 말도 조심스럽게 하는 찰리가,
결국 자신만의 방식으로 복수를 설계하고
실행에 옮기는 모습은 정말 감동스럽기까지 했다.

그의 성장 과정이 극적이면서도 억지스럽지 않아서,
보는 내내 감정이입이 쉽고 자연스럽다.
특히 중반 이후 헨더슨 훈련소에서 고군분투하는 장면은
누구보다 절실한 사람이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준다.

물론 영화가 완벽하진 않다.
일부 전개는 조금 급하게 느껴졌고,
찰리가 너무 많은 걸 혼자 해결하는 듯한 느낌도 있었다.
긴장감이 순간적으로 떨어지는 구간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신선했던 건 스파이물이지만
육체보다 ‘두뇌’와 ‘감정’이 중심에 있었다는 점이다.

마지막에 CIA 국장이 말하는 대사,
“우리가 너무 그를 얕잡아본 게 아닐까요?”
그 말이 곧 이 영화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진짜 그 말처럼, 처음엔 아마추어였지만
영화가 끝날 땐 ‘프로보다 더 프로 같은’ 느낌이 남았다.

그는 단지 아마추어가 아니었다.
감정을 무기로 삼은 가장 똑똑한 복수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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