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개봉한 영화 '야당'을 오늘 평소보다 이른 퇴근 후 부랴부랴 달려가 관람했습니다. 최근 한국 영화계에서 '스트리밍'과 함께 제대로 된 성인 영화를 목말라하던 저에게 이 영화는 가뭄의 단비 같았어요. 강하늘, 유해진, 박해준의 삼각 구도로 펼쳐지는 이 마약 범죄 스릴러는 '마약판 내부자들'이라는 온라인 평가가 과장이 아니더라고요. 9점 이상의 높은 관람평이 왜 나왔는지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역시 믿고 보는 배우들이란...
영화 '야당'
1. 마약과 권력, 배신으로 얽힌 숨 막히는 범죄 서사
처음에 '야당'이란 제목을 보고 정치 영화인가 했는데 전혀 달랐어요. '야당'이 마약 수사기관에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은어라니, 또 하나 배웠네요. 누명을 쓰고 교도소에 수감된 이강수(강하늘)가 검사 구관희(유해진)의 제안으로 마약 사범 첩보원이 되는 설정부터가 흥미진진했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아, 이건 결국 배신하겠구나'라는 예상이 들었지만, 그 과정이 너무 몰입감 있어서 뻔한 전개인데도 눈을 뗄 수 없었어요. 특히 출세욕에 불타는 구 검사가 갑자기 손을 내밀었을 때 느껴지는 불길함이 정말 잘 표현됐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내부자들'보다 더 현실적인 느낌이 들었어요. 그리고 정치권 인사의 아들까지 연루된 마약 사건이 터지는 장면에서는 현실의 어떤 사건들이 오버랩되면서 씁쓸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픽션인데도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그대로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2. 연기파 배우들의 열연, 강하늘의 파격 변신에 정말 반했어요
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놀란 점은 강하늘의 변신이었습니다. '동백꽃 필 무렵'의 그 순수한 청년이 어디 갔나 싶을 정도로 완벽한 변신이었어요. 특히 약에 중독되어 가는 모습을 연기할 때는 정말 소름이 돋았습니다. 앞으로 강하늘의 필모그래피는 '야당' 전과 후로 나뉠 것 같아요.
유해진은... 말이 필요 없죠. 평소에 보여주던 따뜻한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냉혹함 그 자체였습니다. "대한민국 검사는 대통령을 만들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어"라는 대사를 내뱉을 때는 정말 소름이 돋았어요. 극 중 악역이지만 연기가 너무 좋아서 미워할 수 없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박해준 배우의 팬인데, 이번에도 실망시키지 않았어요. 그의 분노와 좌절감이 화면을 통해 그대로 전해져서 가슴이 아팠습니다. 조연들도 모두 자기 캐릭터를 확실히 잡아내서 극의 밀도를 높여주었고요. 특히 류경수의 거만한 재벌 2세 연기에 주먹이 저절로 쥐어지더라고요.
3. 배우 출신 감독의 귀환, 청불 수위의 강렬한 비주얼에 압도됐다
황병국 감독이 배우였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알았어요.
'부당거래'에서 국선변호사 역할로 나왔던 그분이 감독이었다니!
15년 만의 복귀작으로 이런 수작을 들고 온 것을 보면 정말 대단한 재능이라고 생각합니다.
청불 등급이라 좀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강렬했습니다. 마약 파티 장면은 아직도 눈앞에 어른거리고, 특히 주삿바늘 장면에서는 저도 모르게 "으악" 소리를 내버렸어요. 옆자리 관객이 놀랄 정도로... (민망)
그런데 이런 장면들이 단순 자극이 아니라 이야기 전달에 꼭 필요한 장치로 느껴져서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한국 영화들이 좀 부진했는데, '야당'은 정말 오랜만에 본 제대로 된 한국 범죄 스릴러였습니다.
손익분기점이 250만 명이라는데, 솔직히 요즘 영화 시장 상황을 생각하면 부담스러운 숫자지만, 입소문을 타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아요. 저는 벌써 지인들에게 추천하고 다니는 중입니다.
마지막으로, 영화가 끝난 후 쿠키 영상이 있으니 끝까지 자리를 지키세요! 쿠키 영상까지 보고 나오면서 '오늘 영화 보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범죄와 마약, 권력과 배신이 얽힌 이 작품, 극장에서 만나보면 진가를 알게 될 겁니다.